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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성과 나영(노라)의 이야기

    바에서 세 남녀의 모습을 건너편의 외국인이 바라보는 장면으로 영화는 시작이 된다. 24년 전, 12살의 나이로 감독인 아버지를 따라 엄마, 여동생과 함께 캐나다로 이민을 떠나는 나영. 엄마의 제안으로 같은 바나 좋아하고 있는 남학생 해성과 마지막 소풍을 떠난다. 울보였던 나영은 노벨상을 타겠다며 반 아이들과 작별인사를 하는데, 나영이 떠나는 게 아쉬웠던 해성은 마음을 전달하지 못한 채 이별을 하고 만다. 12년 뒤 24살이 된 두 사람. 군대에서 훈련을 받다가 문득 나영이 떠오른 해성은 페이스북으로 영화감독인 그녀의 아버지 공식 계정에 글을 남기며 어린 시절 울보였던 나영을 찾는다. 반가운 마음에 메시지를 보내는 노라. 결국 두 사람은 스카이프를 통해 연인처럼 발전한다. 하지만 해성은 아직 학생이었고 노라는 연극작가, 서로 사는 곳이 달라서 찾아갈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렇게 12년의 세월이 흐르고, 36살이 된 노라는 예술인들이 합숙을 하며 지내는 곳에서 남편 아서 자트란스키를 만나 영주권을 취득하게 된다. 해성은 어학연수를 떠난 중국에서 만난 여성과 결혼을 전제로 연애를 하다가 결국 결별한다. 마지막 노라를 만나고 싶어 하는 해성.. 옛날부터 남편에게 한국이야기를 했던 탓인지 노라의 남편은 어린 시절 해성을 알고 있었고, 한국어로 잠꼬대하는 노라에게 뭐라 하는 아서. 그녀의 문화를 이해하기 위해 한국어도 구사하려고 노력하는 자상하고 따뜻한 남편이다. 결국 미국에 도착해서 옛 친구를 반갑게 맞이하는 노라. 남편은 골치 아픈 생각을 떨쳐버리기 위해 집에서 게임을 하며 노라를 기다리고 있었다. 노라 때문에 먼 뉴욕에서 12시간을 날아왔다는 소리를 듣고 화를 내지 않는 아서. 결국 세 사람은 해성이 떠나기 전날밤에 저녁을 먹으며 한잔하는데, 마지막이라는 생각 때문인지 노라와 해성은 아서를 두고 둘만의 대화를 나눈다. 그렇게 해성이 떠나는 날이 다가오게 되고 우버를 기다리는 동안 해성을 배웅하기 위해 노라가 나왔다. 해성은 과거인 외쪽에, 노라는 현재인 오른쪽에 서있다. 과거 그 자체인 첫사랑을 이제 과거인 왼쪽으로 보내줘야 한다. 우버를 기다리는 2분 동안 아무 말도 못 하고 그렇게 둘은 서있기만 한다. 해성은 다음 생애서나 다시 만나자며 작별인사를 노라에게 건넨다. 그렇게 과거로 향하는 우버를 타고 사라지는데, 남자가 공항으로 가는 길은 현재이자 미래인 오른쪽으로 진행이 된다. 노라 역시 과거를 떠나보내고 오른쪽 길에 가면서 그동안의 감정으로 펑펑 울고 만다. 현재이자 미래인 남편 아서는 노라를 따뜻하게 안아주면서 영화는 끝이 난다. 

     

     

    감상평

    이 작품을 보면서 느낀 건 첫사랑이 생각난다는 것이다. 영화 초반부터 한국에서 단짝 친구로 지내는 나영과 해성의 모습을 아역배우들이 훈훈하게 잘 연기했고 그 시절에 느껴볼 수 있는 셀레이는 감성을 담아내는 연출 또한 너무 좋았다. 이 작품은 사랑의 힘으로 모든 것을 극복한다기보다 담담하면서 현실적인 현재의 상황과 모습을 잘 그려냈다. 과거의 진한 추억과 설렘도 중요하지만 현재의 상황, 여러 가지가 더 중요하기에 선택의 신중함을 잘 그려냈고 해성과 나영의 미묘한 감정들을 배우 유태오와 그레타리가 잘 표현하며 연기했다. 또 작품을 보면서 느낀 건 언어와 문화적인 부분인데 여주인공인 나영이 미국으로 이민을 간 뒤에 한국어가 어색해지는 과정이라 던 지, 해성이 한국사회의 현실적인 이유로 결혼을 부담스럽게 생각하는 부분, 서로가 어린 시절 첫사랑이었지만 서로의 다른 환경 때문에 내가 과거에 좋아했던 모습이 그대로 남아 있는지에 대한 내적 갈등도 잘 표현했다. 결론적으로 영화 패스트 라이브즈는 굉장히 현실적인 로맨스를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서정적이고 낭만적인 부분은 결국 현실적인 상황을 뛰어넘지 못한다. 인연에 대한 배려, 예의, 존중이 잘 표현됐고 과거의 사랑, 추억이 얼마나 소중했는지 다시 한번 일깨워주며 지나간 사랑에 대한 아픔, 미련에 뭔가 위로를 주는 작품인 것 같다. 스쳐 지나가는 인연, 지나간 인연과의 추억들을 한 번쯤 다시 곱씹으며 생각해 보게 되는 진한 울림이 있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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